점심시간,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스페이스원은 사람들로 가득하다. 앉을자리가 없어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몇 바퀴를 돌았다. 일부는 사람들이 먹는 테이블 뒤에 서서 빨리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진 풍경이 펼쳐진다. 내가 그 테이블에 앉아서 먹고 있노라면 맛은 둘째고 채 할 것 같다. 이미 늦은 거 좀 더 쇼핑을 즐기고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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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옷을 잘 사지 않는 사람이지만 옷을 사기로 마음먹으면 진짜 입을 옷이 없는 경우다. 몇년 전 구입해서 잘 입었던 폴로셔츠의 목 부위가 다 헤지고 팔꿈지 부분이 헤져서 무심한 나조차도 더 이상은 입을 수 없었다. 폴로에서 똑같은 셔츠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같은 옷은 없었다. 아쉬운 마음에 가장 비슷한 셔츠를 구입하고 그동안 귀찮아서 미뤄뒀던 옷을 몇 벌 구매했다.
늦은 점심, 다시 스페이스원 식당가로 발길을 옮겼다. 배가고파서 아무거나 좋았다. 눈에 보이는 남산 돈가스에 들어갔다. 남산 돈가스는 아주 오래전에 남산에 올라 갈 때 생각이 난다. 남산을 오르는 길목에 남산 돈가스가 많이 있었는데 모두 다 원조를 말하는 것 같았다. 그리고 돈가스 집의 호객행위에 눈살이 찌푸려졌던 기억이 있다. 하지만 오늘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이 남산 돈가스에 앉아 주문을 했다.
김치볶음밥과 돈까스를 주문하자 잠시 후 빠르게 메뉴가 준비됐다. 어릴적 경양식 돈가스 집에서 먹던 3분 수프 맛의 그 수프가 먼저 제공된다. 부모님과 함께 먹었던 예전 추억을 떠올리는 맛이 나쁘지 않았다. 김치볶음밥은 청담 비비고에서 먹던 그 맛을 잊지 못해 가끔씩 생각이 나는데 혹시 그런 맛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을지 기대 반으로 주문을 했다. 남산 돈가스의 김치볶음밥은 솔직히 쏘쏘였다. 약긴 밍밍한 맛은 집에서 조미료 없이 엄마가 건강식으로 만들어줄 때 느껴던 맛에 가까웠다. 나는 자극적이고 짭짤하고 감칠맛 도는 것을 원했는데 조금은 아쉬웠다. 돈가스 역시 쏘쏘였다. 그냥 평범했다. 돈카츠처럼 바삭하지도 않고, 경양식처럼 부드럽지도 않은 그냥 돈가스였다. 소스라도 좀 더 특별했으면 좋았을걸, 아쉬운 한끼 식사로 그냥 그렇게 해결했다.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있는 돈가스의 집이 갑자기 그러워졌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