겨울이 돌아오면 방학동에 있는 절구와공이에 떡을 주문한다. 일 년에 한 번 먹는 백설기를 믿고 주문할 수 있는 곳이다. 나는 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내를 위해 떡을 맞춘다. 그리고 올해는 우리 아기의 두 돌 기념으로 떡을 주문했다. 떡 주문을 위해 전화를 걸면 성우라도 해도 믿을만한 고운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다. 절구와공이 사장님이다.
사장님은 사무적인 거래의 대화가 아닌 따뜻한 위로의 말을 먼저 건내 주신다. 작년에 첫 돌을 맞이하여 얘기해 주셨던 말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. 고생 많았고 수고 많았다는 말이 아직까지 가슴 속에 남아 있다. 따뜻한 사장님의 마음씨처럼 백설기도 아주 따뜻하게 전달받는다. 그리고 집까지 이동하는 중에 참지 못하고 한 입 크게 배어 문다.
폭신하고 쫀득하며 달짝지근한 맛에 잠시 행복을 느낀다. 백설기가 담백함이라면 단팥설기는 곱게 갈린 단팥의 깊은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. 특별하지 않은 백설기를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은 이곳의 온기가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. 오늘 처럼 눈이 오고 손이 시려울 정도로 추운 날 백설기 하나로 따뜻하다.